안경 / 오기가미 나오코
안경 / 오기가미 나오코 (2007)
하루나 : 이곳엔 왜 왔어요?
타에코 : 난 그냥.... 휴대전화가 되지 않는 곳으로 오고 싶었어요...
이 대사를 들으며 생각했다. 과연 휴대전화가 되지 않는 곳이 지상에서
얼마나 남아 있을까....? 삶의 편리을 위해 만들어낸 물건이 결국은 삶
을 옭아매는 물건이 되었구나.
타에코 : 오후엔 관광을 하고 싶은데요...
유 지 : 관광요? 이곳은 관광할 만한 곳이 없어요
타에코 : 그럼 여기 오면 무얼 하나요?
유 지 : 음.... 그냥 젖어들죠...
타에코 : 젖어... 든다고요?
유 지 : 네.
타에코는 한 동안 부인했지만, 그녀는 이미 이곳에 젖어 들고 있었다.
푸르고 한가롭고 나른한 봄 바다....
홀로 넉넉하게 살고 있는 유지, 해마다 봄이면 찾아와 빙수가게를 여는
사쿠라, 이곳에 있을 재능을 처음으로 인정받은 하루나...
이들이 모두 내 이웃이라면 참 좋겠다.
나도 봄마다 이들을 찾아가 사쿠라의 빙수 가게에서 한가롭게 파도가
들락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빙수 한 그릇 먹고 싶다.
빙수값으로 내가 좋아하는 시 한 편 읽어주고, 유지와 하루나의 만돌린
연주를 듣고 싶다.
여행은 진정 이런것이어야 한다고... 가만가만 말해준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여행이 화면에서 펼쳐지고 있다.
손님으로 북적거릴까봐 손바닥만한 간판을 달아놓고 '이 정도로 충분'
하다고 말하는 민박집 주인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헤매지 않고
새들은 바다를 건넌다
따뜻한 달빛은
사람을 비춘다
그리하여 계절은 익어가고
이곳에 서서 바람을 쐰다
대지도 사람도 사랑스럽게
모든것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내가 이곳에 있다
Man lives Freely only by his readiness to die
슬픔에 빠진 사람을 만나면
나는 무얼 해줄수 있을까
그것은 단 한가지
나란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자
대지도 사람도 사랑스럽게
모든것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내가 이곳에 있다
**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안경'일까?
영화 속 등장인물 모두가 안경을 쓰고 있다.
감독은 안경 이라는 사물에 뭔가 의미를 부여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