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머잖아 이 욕망도

리프그린 2012. 6. 8. 23:50

머잖아 이 욕망도

 

머잖아 이 욕망도 끊어질 것이다 달그락거리는 기억의

서랍에 먼지 곱게 쌓일 것이다 명산대천 흐르던 핏물 든

숨소리에 이끼 끼일 것이다 머잖아, 머잖아 근질거리는

혀에 곰팡이 슬고 이물 같은 죽음이 흰피톨 곁에 다가올

것이다

 

흰피톨이여,

내 죽음 곁에 누울,

흰 바둑돌 같은 누이들이여!

 

(이성복 / 남해금산 / 문학과 지성사)

 

 

# 생이 유한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이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하지만 문득, 머잖아 삶의 종착점에 이를것이라는 생각이 들때면 뜨끈한 안도감 같은 것이

가슴 밑바닥에 고인다. 아무리 살아도 별로 달라질게 없는 생을 사는 이들에겐 희망은 사치요 고문이다.

 

내일은 사촌 시누이가 결혼을 한다.

내가 처음 시집왔을때 꼬맹이였는데, 세월이 이토록 흐르도록 나는 무엇을 했나...

잠시 마음이 공허해진다.

 

가끔 생의 마지막 지점 즈음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진다.

쉰을 넘기고 예순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살핀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런 모습일까?

스무살 무렵엔 사십쯤 되면 사는일이 우스워질줄 알았다.

하지만 왠걸, 삶은 아무리 밤새워 해도 끝나지 않는 숙제같은 것이란 걸 그땐 몰랐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