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기운이 새어 나간다.

리프그린 2012. 7. 13. 00:26

 

 

 

# 정빈이의 꿈은 경찰이다.

  이 아이가 그려대는 그림마다, 제복을 입고 모자 쓰고, 도둑을 한 명쯤 잡은 경찰이 등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저 그림만 봐도 그렇다. 자신의 모습을 매체로 꾸미고, 꿈과 이름을 쓰고, 수갑과 경찰차를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놨다.

  난 처음에 저 동그라미들이 뭔가?... 했다. ㅎ ㅎ ㅎ

  그런데 정빈이의 체격과 외모는 경찰이라는 직업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노는 모습은 생긴것과 정 반대다.

  꼭 사내녀석처럼 논다. 그렇다고 부잡스럽고, 산만하고, 액션이 큰것은 아닌데 어쨌든 블록으로 로봇을 만들고

  축구를 좋아하고, TV에 야구중계를 하면 글러브와 배트를 꺼내 투수와 타자 일인 이역을 하며 논다.

  커서 뭐가될지 이 아이의 미래가 흥미진진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한바탕 천둥번개를 동반한 세찬 빗줄기가 몰아쳤다.

  지금은 천둥소리가 멀어져가고 있다.

 

  날은 무덥고, 교무실 에어컨은 무용지물이다.

  종일반 교실에서 오늘 아이 하나가 다쳤다.

  작년엔 사고 한 번 없었는데, 올 핸 차량에서 졸던 아이가 의자 밑으로 떨어지면서 다치고(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친구에게 밀쳐진 아이가 넘어지면서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가 났다.

  영구치아가 아닌 유치여서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 5세여서 새 이가 나려면 2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유치원 교실은 최대한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꾸며지고 만들어 진다.

  아이들의 행동 특성상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아이들에게 늘 교실내에서 지켜야 할 약속과 규칙들을 강조하지만,

  사고는 한 순간에 일어난다.

  교사생활 처음으로 큰 경험을 한다.

  큰 일은 아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듯 하다.

 

  뇌우가 다시 가까워 졌다.

  세상이 온통 요란하다.

 

  우울하고 속상한 마음...

  저 천둥소리 속으로 사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