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머리맡의 책 한 권

요즘 읽는 책들...

요즘 내 머리 맡 (정확히는 침대 옆 협탁)에는 세 권의 책이 있다.

한 권은『만가지 행동』이라는 김형경의 심리 훈습 에세이고, 한 권은 문학 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느낌의 공동체』이며

나머지 한 권은 김연수의 단편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이다.

 

김형경의 에세이를 읽다가 마음이 너무 복잡해지면 신형철의 산문집을 읽고 그의 문장이 뒤엉킬 즈음이 되면 김연수의 단편을 읽는다.

김연수의 단편은 좀 오래전에 읽었는데, 신형철의 산문집에서 언급된걸 보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내 독서습관의 단점은 이것이다.

여러가지 책을 동시에 읽는 다는 것.

어떤 때는 이 문장이 저 책에 있었는지, 이 책에 있었는지 간혹 헷갈릴 때가 있다.

지금처럼 장르가 완전히 다른 책을 동시에 읽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비슷한 장르의 책을 동시에 읽을 때면

그런 혼동은 종종 일어난다.

단점임을 알면 고쳐야 하는데 잘 안된다.

 

김형경의 책, 이런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나의 존재를 타인에게 증명하거나 허락받을 이유가 없으며, 나의 삶을 누군가에게 승인받을 필요가 없음을

     마음 깊은 곳까지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전의 나로 말할것 같으면 타인의 평가에 매우 엄청나게 민감한 사람이었다.

작가의 여러 책들을 읽고 난 후에 나보다 우위에 있는 권위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그 욕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무진장 애쓰고 살았다.

그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며 김형경처럼 "마음 깊은 곳까지 받아들이"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나를 괴롭히는 억울함, 허탈함, 자괴감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은 작게 나마 위로가 된다.

그녀의 책 중 내가 읽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으로 부터, '천개의 공감', '만가지 행동'에 이르기 까지 그녀는 같은 말들을 여러방식으로

되풀이 하고 있지만, 읽을때 마다 다른 느낌 다른 언어로 내게 각인 되고 각성된다. 

내 마음을 헝클고, 어지럽히는 것들의 실체, 즉 내 무의식의 창고를 비울수록 마음이 가벼워 질것이라는 그녀의 말, 믿고 싶다.

 

신형철의 산문집은 글쎄... 잘 모르겠다.

이 남자가 대단히 박식하고 유려한 문체를 구사하며, 뛰어난 문장가임은 알겠으나

아직 내 마음에 콕 와서 박히지는 않는다. 평론이라는 장르의 책이 우선은 생소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김연수는... 나 혼자 짝사랑이다.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이 어쩌자고 남자인지, 참 나

영화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가 소설가를 납치 감금한 심정을 알것같다.

하지만, 이 소설가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머리맡의 책 한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용할 마음의 양식~  (0) 2012.07.26
2012년 5월의 책...  (0) 2012.05.14
"답이 사라지면 오답도 함께 사라진다."  (0) 2011.11.20
2011년 11월 8일의 책  (0) 2011.11.08
시를 찾는 밤  (0) 201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