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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그늘의 발달

나의 하루가 또 그늘을 짓고 말았다고 나는 어제 나에게 말했다.

눈물도 그늘이라며 눈물로 얼굴을 덮으면서 말했다.

당신과의 이별도, 그보다 좀더 큰 당신인 세계와의 이별도 어제는 있었다.

황망했다.

예상하지도 못한 채 큰일을 당하고 만 때처럼.

나와 나의 세계를 오로지 설명할 수 있는 둘레로서의 그늘.

나는 발달하는 그늘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 어제의 일을 잊은 듯 앉아 있는 나에게 날이 다시 밝아오고 있다.

어두움과 환함의 교차가 이 시간에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나의 시는 물러나는 빛과 물러나는 어둠, 그 시간에 태어났다.

당신의 감정과 생각이 대체로 살고 있는 그곳.

그곳을 떠나고 싶지도, 떠날 수도 없다.

그곳은 우리에게 하늘이다.

 

(그늘의 발달 / 문태준/ 문학과 지성사 -표지글 중)

 

내 그늘의 근본이 무엇인가...

프로이드에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의 주장대로 유아기와 유년기의 크고 작은 상처들이

인간의 무의식속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괴롭힌다는 말 만큼은 맞는것 같다.

 

내 그늘의 근본은

유아기와 유년기의 상처들이다.

그 그늘들은 내 생을 잠식하고 있다.

생의 길이가 길어질 수록

그늘의 영토도 넓어진다.

그러니 이것은 내 힘으로 더는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