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하루

마음의 피로


    시절이 풍랑 속에 들어 있으니

    한 해가 가도 가는 것 같지 않고

    새해가 와도 오는 것 같지 않다.

  -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중


요즘 내 심정이 이 글 한 줄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겠다.

학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여러가지 사건들이

결국 개싸움이 될 모양이다.

사람의 욕심이 끝을 모르면 얼마나 비열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그리고, 싸움꾼은 타고 나는구나 싶다.

서로 잘 되는 합리적인 갈등 해결 방법이란건 애초에 없는 건가?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극히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존재라서

조금이라도 자신이 손해보는 해결점은 찾고 싶지 않은 것일까?

내가 당사자는 아니지만, 지켜보는 입장으로서도 지치고 힘들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마흔 아홉 나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십 뒤의 숫자가 꽉 채워지는 동안 나는 얼마나 성숙하고 성장했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근거 없는 자만심으로 내가 누구보다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품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나?

부끄럽고 부끄럽다.

나는 그저 갈등하고 싸우는거 싫어하는 겁쟁이일 뿐인데

마치 내가 고상하고 품위있는 사람이라서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다. 뭐 이런거?

나쁜짓하다 들킨 사람 마냥 혼자 얼굴이 붉어진다.

채워진 뒷자리 숫자를 앞자리에 좌르륵 부어두고

비워진 뒷자리에 더 좋은것들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

그 낙관의 힘을 믿고, 또 살아 봐야겠다.

언젠가 그 점쟁이 말처럼 나는 말년운이 좋다니, 나이 먹는 것을 기꺼이 기뻐해야겠다.


'하루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n번째 정체성 만들기  (0) 2020.03.30
다정한 말  (0) 2020.01.29
글쓰기  (0) 2019.12.05
마흔 아홉, 생일  (0) 2019.11.27
유연함에 대하여  (0)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