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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2012년 11월 08일에 임시저장되었던 글

 

 

 

 

너무 오랜 기다림

 

아직도 저쪽에서는 연락이 없다

내 삶에 이미 와 있어야 할 어떤 기별

밥상에 앉아 팍팍한 밥알을 씹고 있는 동안에도

내 눈은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간

현대중공업 노동자 아래의 구직난을,

그러나 내가 기다리고 있는 기별은 그런 것은 아니다,

고 속으로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보고 있다

저쪽은 나를 원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어쩌다가 삶의 저쪽이 있게 되었는지

수술대에 누워 그이를 보내놓고

그녀가 유리문으로 돌아서서 소리나지 않게

흔들리고 있었을 때도

바로 내 발등 앞에까지 저쪽이 와 있었다

저쪽, 저어쪽이

 

황지우/게 눈 속의 연꽃/문학과 지성사

 

 

 

'가을이구나'싶었는데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와있다. 

숨 고를 새 없이 시간이 내 곁을 자꾸만 스쳐 지나간다.

나는 늘 삶의 저쪽에 있는 것들을 갈망하고 살았다.

지금 여기의 것들이 너무 감당하기 어려워서 늘

저쪽, 저어쪽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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