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나의 아주 오래된 병이다.
생각해 보면 이 병의 원인은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자라온 환경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모친은 매우 사나운 사람으로 늘 누군가에게 화가 나 있었고
그 화풀이의 대상은 대체적으로 나와 내 여동생인 경우가 많았다.
언제 어느 때 맹수의 이빨에 내 몸과 마음을 물어 뜯길지 몰라서
늘 눈치를 살피고 주눅이 들어 있다보니 불안함이 차곡차곡 쌓여
만성질환이 되었고, 만성이 급기야 중증질환이 되려하는 것 같다.
요즘은 내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죽으면 좀 편해질까?' 하는 생각이 불쑥 솟아서
뭐야? 왜? 갑자기? 당황스럽다가도
'그래 지친거야, 지칠때도 됐어.' 라고 생각해 버린다.
이러다가 이 폭탄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터트려버릴것만 같다.
시시하게 태어난 내가 싫고
걸음 걸음마다 발꿈치를 물어뜯는 삶에 쫒기느라
다 보내버린 내 청춘이 서럽고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늙어가는 요즘이 서글프다.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결국 한 점의 티끌도 되지 못할 존재이지만
살아가는 동안 잠시라도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한 그런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그런 순간을 만들기에 너무 늦어버린 걸까?
늦지 않았다 해도 여전히 사는 일이 아슬아슬한 비루한 인생인데
그런 기회를 만날수 있을까?
아. . . 신세 한탄 그만하고 싶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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